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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겨울 백양(외 2수)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04-11 12:41:48 ] 클릭: [ ]

겉치레 없이 꿋꿋이

겨울과 맞서있다

차디찬 사랑으로

뼈속까지 저려나는

뻐근하게 아픈 삶

칼부림의 쾌락 속에

갑갑하던 심장의 열기를

떵떵 얼구어 추켜든 호기

랭혹한 맛을 새김질하며

어느 구석에서 썩는

더러운 냄새를 찢어

눈향기 속에 정화한다

움츠려 떠는 음성

앙상한 울부짖음을

하얀 바람에 날려보내고

진실을 훌쩍 드러낸

당당함을 성숙시키느니

매운 세월에도 섹시한

북국의 사나이여

 

 

일요일 아침

 

잠을 깬 긴 하품이

이불깃을 자꾸 여미며

포근히 꼼지락거린다

 

알뜰한 리념이 문틈으로 새여나가고

노란 습관이 아직도 자리 뜸 하지 않아

멀쩡한 눈길이 멋없이 천정을 쓸며

무감각한 표정을 잔잔히 반복한다

 

그 무엇을 때마침 헤아려

아침 냄새는 진작 사라져도

어제 숨겨놓은 스케줄은

천천히 찾아봐도 될 거다

 

꼭 그렇게 느릿한 움직임에

속아야 하는 것은 아니겠는데

게으른 사유에 꽁꽁 얽매워

어쩐지 빨갛게 부끄러워진다

 

색 바랜 빛갈을 깨끗이 세척하고

부끄러운 습관을 개혁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움찔 일어서니

머리가 조금 부담스러워도 좋다

 

 

억새마을

 

홀로는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거칠은 들판에 모여

화목하게 어울린다

잘나고 못나고 없는

가녀린 운명 끼리

뿌리 깊은 손을

서로 단단히 잡았다

험악한 세월에

주눅 들지 않는 식구들

여름을 파랗게 먹고

겨울을 하얗게 먹고

사정없이 미친 바람에

한결같이 휘청거리며

쓰러지지 않는다

광풍폭우 지나가면

평화로운 마을이다

아름다운 수채화이다

 

/리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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