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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비워두다(외 1수)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04-04 10:54:00 ] 클릭: [ ]

언제부턴가

마음에 련못 생겼다

 

가을비 한자락 걸어놓으면

련못은 비명 지른다

 

말라가는 잎을 방패로

서둘러 비 막는다

 

비가 사색 풀어놓으면

련못은 박수 친다

 

비방울에 담겨진

가을의 깊이

구름의 깊이

하늘의 깊이를 읽고

시들었던 련근이 끊어졌다

 

누군가가 쏜 화살이였었던

련근

 

흙탕물에서도 꽃 피워냈던

련근

 

끊어져도 실은 이어진다는

련근

 

화살이 길다지만

련근보다는 짧지 않을가

 

꽂힌 화살을

련근으로 키워가기 위해

언제부턴가

련못 자리를 비워둔다

마음에

 

 

처절하다

 

집마당 옆으로 개울물 흐르고

옆으로

단풍잎이 나무에서 내려오고

옆으로

공 들여 키운 국화가

개울물에 가을 비춰본다

 

나무에서 밀려난 바람과

춤을 추는 국화가

아름답게 보이던 시절

 

땅이 넓고

길이 좁다는 걸

개울물한테서 배웠다

 

국화에서

승부 없는 아귀다툼 해가던

나비와 꿀벌이 어이 없었지만

곬을 파서

개울물과 국화 이어주었다

좁게

 

개울물이 단풍잎 수구해갈 때

나는 깨달았다

 

개울물은 짜가와져도

바다 향해 흐르고

국화는 말라가도

가을 향해 핀다는 것을

 

가을에 다가가기 위해

갈기갈기 허울 찢어가는

처절한 국화의 몸부림에

숙인 내 머리가

국화처럼 하얗다

 

/박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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