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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각 성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03-21 12:05:08 ] 클릭: [ ]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송휘는 휴대폰 문자에 눈길을 준다. 누가 부르기라도 하듯이 후닥닥 일어나 옷을 대충 주어입고는 밖으로 총알처럼 뛰여나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임이는 송휘가 들썩이는 게 맞갖잖다는듯 눈을 거슴츠레 뜨고 송휘를 내다보다가 그냥 반대방향으로 삑― 돌아누워 계속 잠을 잔다.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났는지 방안은 은가루 주머니를 통채로 쏟아부은듯 해살이 오글거린다. 정임이는 기지개를 쭉 펴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몸에 되는 대로 걸친 야시시한 살결색 잠옷이 잠자리 날개마냥 포르르하다. 정임이는 흩어진 머리를 손으로 습관처럼 스윽 쓸어올리고는 화장실로 터벅터벅 향한다. 침대 옆 화장대 우에 놓인 바오래기 만큼 굵은 ‘황금목걸이’가 유리창을 넘어 들어온 해빛에 유난히도 반짝인다. 그 옆에는 ‘물방울다이야몬드백금반지’도 보란듯이 놓여 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쏴―”

밤새 장을 그득히 채운 채로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던 내용물이 훑어낸듯이 싹 배설되면서 몸이 가뿐하다.

정임이는 거울 앞에 마주서서 잠기가 싹 사라진 얼굴을 들여다보고는 수도물을 틀어놓는다. 결혼해서부터 한주에 한번씩 빼놓지 않고 미용원에 다니면서 배운 세안법으로 세수를 마쳤다. 휴대폰 진동음이 찌르릉 울린다. 휴대폰 액정을 스윽 그어서는 귀가에 가져다댄다. 야외에 술놀이 물놀이를 가자는 고중동창 우석의 호출전화다.

전화를 끊자 마자 정임이는 재빨리 화장대에 마주앉는다. ‘직판매’하는 친구한테서 한병에 1,380원이나 주고 산 스킨 병마개를 연 정임이는 잰 솜씨로 얼굴에 대고 칙칙 뿌린다. 뿌리는 ‘보톡스’라고 불리우는 스킨이 안개발처럼 얼굴 전체에 골고루 퍼진다. 주름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비싼 기능성 화장품을 달마다 써서인지 38살 녀인 치고는 너무나 동안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정임이를 보면 아직도 20대 후반이거나 30살인 줄로 안다.

정임이는 녀자는 미모가 재산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 미모에 인물체격이 뛰여나고 부지런한 송휘도 홀라당 반했던 것이다. 련애 초기 인물을 턱대고 제대로 ‘밀당’을 해온 정임이한테 송휘는 평생 손에 물 안 묻히고 또 거친 일 시키지 않으며 행복한 귀부인 대접을 해주겠다고 맹세했다. 지금까지 돈벌이에 한번도 내보내지 않고 창턱 우의 꽃화분처럼 집에 곱게 모시고 있다.

꼼꼼히 화장하고 하얀 색상의 심플한 캐주얼차림에 채양이 큰 하얀 모자를 쓰니 파아란 잔디밭에 피여난 한떨기 백합 같았다. 선글라스까지 낀 정임이가 가벼운 걸음으로 아빠트 아래로 내려가니 우석이가 벌써 ‘폭스바겐’ SUV차를 집 아래에 대기하고 있었다. 우석이를 보는 순간 반가왔다. 아침에 휴대폰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어디 간단 말도 없이 나간 남편 송휘에 비하면 완전 신사이다. 아무리 부지런하고 돈을 잘 벌고 고생 한번 시키지 않았지만 왠지 우석이와 비교해보니 괜히 기분이 언짢았다.

‘쳇, 사람이 돈을 버는 기계도 아니고… 좀 남들처럼 가끔 매너 좋은 신사노릇이라도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가?’

정임이를 본 우석이가 어느새 운전석에서 내려 오른쪽 뒤좌석 문을 열어준다. 신사스럽게 왼손으로 차문을 열고 오른손은 차문 웃쪽을 가리웠다. 정임이가 차를 타자 우석이는 차 앞쪽으로 해서 다시 운전석에 오르더니 “부르릉” 시동을 걸었다. 차는 미끄러지듯 시교를 향해 쌩쌩 달린다.

한시간 남짓이 달려 차는 이도구 계곡에 이르렀다. 이도구 계곡은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해있는데 해발이 700여메터 되는지라 계절 앞에선 항상 스타트를 늦게 뗀 지각생이다. 다른 야산의 진달래꽃이 다 폈다 지고 다른 나무들이 다 잎사귀가 무성해질 즈음에야 단잠에서 소스라쳐 깨여 불평을 부리는 아이의 뾰족한 입처럼 새초롬한 꽃망울을 짓고 뒤이어 늦꽃을 피운다. 눈부시게 화려한 핑크빛 늦은 진달래꽃이 파아란 잎사귀를 활짝 펼친 버드나무, 봇나무가 우거진 수림 속에 활짝 피여나 보는 이들의 혼을 쏙 빼앗아간다. 그런 진달래꽃무더기가 물속에 물구나무 서있듯 계곡물속에 비춰져 물속에 진달래꽃이 핀 것 같아 핑크색 물빛에 노곤히 취한다.

“와우, 신선이 놀던 곳이 따로 없네. 너무 좋다! 오늘은 나도 신선 한번 돼보자.”

며칠째 바깥출입을 별로 하지 않던 정임이는 부르는듯 달려가 계곡에다 발을 담그고 손으로 물을 떠서는 다리와 팔을 적신다. 더위가 시작인 6월인 데도 계곡물은 뼈속까지 차가웠다.

“정임아, 일찍 왔네. 나두 왔어.”

뒤를 돌아보니 유정이였다. 시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커피숍과 헬스클럽을 경영하는 유정이가 멀리서부터 손을 저으면서 엎어질듯 정임이를 향해 달려온다. ‘부티’가 줄줄 흐르는 유정이와 함께 다른 한 남자동창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오고 있었다.

이윽고 그들은 구름다리에 올라섰다. 쇠바줄 우에다 나무판자를 편 구름다리에 어른 네명이 한꺼번에 올라서서 걸으니 세차게 출렁거렸다. 정임이는 동년에로 돌아간듯 더 힘을 주어 쿵쾅! 쿵쾅! 걸었다. 그 바람에 기타 사람들이 술에 취한듯 휘청거렸다. 정임이는 휴대폰카메라로 이 정경을 찰칵찰칵 박았다. 어느 땐가부터 항상 야외에 나가거나 모임이 있을 때면 사진 찍기로부터 시작되였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나중에 남는 건 사진 뿐이지. 그러기에 어디 가든 많이 찍어야 해.”

정임이가 변명처럼 한마디 뱉았다.

물놀이에 산구경까지 하고 나니 어느덧 배가 출출해난다. 이도구계곡에 도착하자 마자 산장에다 시킨 ‘토닭백숙’이 다 되였다는 전갈이 왔다. 정임이와 동창들은 스적스적 물가를 떠나 산장 밖에다 차려놓은 정자 아래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새노란 기름이 동동 뜬 ‘토닭백숙’ 에서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그 우에 파아란 파를 송송 썰어놓은 것이 침샘을 자극한다. 그외 삶은 토종닭알이며 싱싱한 풋남새들, 기름기 좌르르 도는 료리들도 푸르른 야외에서 입맛을 한결 돋구었다. 랭장고에서 금방 꺼낸듯 맑은 이슬이 가득 돋은 맥주가 한상자나 챙겨져있다.

“자, 이 좋은 날에 이렇게 수려한 경치를 구경했으니 이젠 모두들 실컷 마셔봅세.”

모두들 서둘러 자기 앞에 놓인 얇고 투명한 비닐로 포장된 술잔을 뜯어놓았다. 우석이가 익숙한 솜씨로 맥주병 마개를 따서 매 사람 앞의 유리고뿌에 가득 부어놓는다.

“자, 우리 동창들의 이 청산처럼 푸르른 우정을 위해 건배!”

“건배!”

두쌍의 남녀가 한결같이 높은 소리로 건배를 웨쳐댔다. 그리고 일제히 맥주잔을 입에 대고 기울였다. 안주를 집는 손들이 분주해졌다. 모두들 주흥이 도도해졌다. 서로 술을 붓고 멋진 건배사를 안주 삼아 올리면서 부지런히 술잔을 비웠다. 시원한 맥주가 식도를 타고 위에 내려가는 그 참맛도 이젠 무색해지고 그냥 물인 듯 술인 듯했다.

“자, 우리 이번엔 좀 폼나게 술을 마시자. 그냥 건배하고 술을 마시니 너무 고태스러워.”

이 때다. 정임이가 자신과 우석이 술잔에 맥주를 찰찰 넘치게 부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맥주잔을 들고 우석이 팔을 끼였다. 우석이도 기다렸다는듯 정임이 팔을 낀다. 두사람은 눈빛을 마주치고는 맥주를 단모금에 쭉 들이켰다. 정임이가 굽이 난 잔을 살며시 내려놓으면서 우석이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발가우리하게 상기된 정임이 얼굴이 물가에 피여난 늦깎이 진달래마냥 화사하다. 모두들 기분 좋으니 술이 무진장이다. 술이 술을 청한다더니 잔에 붓는 족족 굽이 난다. 잔 채로 입에 날려들어갈 지경이다. 어느덧 맥주 두 상자가 굽이 났다.

“나 오늘 너희들 덕… 덕분에 바람 한번 잘 쐰다. 요즘 갑갑했는데…”

정임이가 이제 혀가 꼬분 소리로 꺽꺽거린다. 아무리 기분 좋아서 마시는 술이라 해도 술 앞에선 장수가 없는 법이다.

“울 나그네는 아침부터 일하러 간다. 나하고 놀아줄 새도 없거등. 그래도 니들 밖에 없어.”

사회생활을 오래동안 해오면서 빈번한 술자리에서 술단련을 잘했는지 유정이는 정임이와 똑같이 마셨지만 꽤나 말짱하다.

“정임아, 너 취하는 거 아니니? 고만하자 이젠.”

“기분 좋으니 안 취해. 더… 더 마시자.”

정임이가 맥주병을 가져다 잔에 붓는다. 몸이 앞뒤로 흔들거리면서 맥주가 잔 밖으로 흐른다.

“자, 더 마… 마시자.”

정임이가 술잔을 들려고 할 때 유정이가 어느새 정임이 잔을 빼앗아다가 자기 입에 부어넣는다. 그리고 다시 자기 앞에 놓인 잔을 들고 우석이와 건배한다. 부어라 마셔라 타령에 모두들 목소리가 점점 커가고 취기가 눅눅하게 오른다.

누가 언제 불렀는지 대리기사가 왔다고 이도구계곡 산장일군이 전해왔다. 우석이가 주머니에서 차열쇠를 꺼내주면서 대리기사더러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마지막 총화잔이라면서 술을 부었다. 다들 ‘완샷’을 일제히 불렀다.

이윽고 그들은 술상에서 우르르 일어났다. 우석이가 정임이 어깨를 한팔로 끌어안는다. 그러는 우석이를 유정이가 끌어안고 또 유정이 어깨도 같이 온 동창이 끌어안는다. 네사람은 비틀거리면서 걷는다.

“불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우석이가 웅글진 목소리로 〈아빠트〉란 노래를 부른다.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빠트…”

그들은 비칠거리면서 대합창을 한다. 노래소리가 온 골짜기에 쩌렁쩌렁 울린다. 그 모습이 후시경에 비쳤는지 대리기사는 얼른 시동을 걸었다. 아무리 취해도 자신이 차주인임을 잊지 않은 우석이가 절로 조수석을 차지하고 앉는다. 나머지 셋은 고스란히 뒤좌석에 앉는다.

차는 천천히 달린다. 계곡 쪽으로 들어오는 길은 좁고 팔굽처럼 오불꼬불하다. 매번 ‘커브’를 돌 때면 차체와 같이 사람들도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린다.

속이 울렁거리는지 정임이가 입을 싸쥐고 구역질한다. 차는 아직도 커브구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리저리 량옆으로 치우치던 정임이가 또 구역질한다. 급히 입가에 손을 가져다댔지만 목구멍까지 채운 내용물이 우르륵 나와 손가락 틈새를 비집고 대리기사의 몸에 쫙 뿌려졌다.

“아, 이게 뭐야. 에익 냄새…”

대리기사는 깜짝 놀라 뒤통수와 얼굴 측면에 뿜겨진 음식물 찌꺼기를 탁탁 턴다. 그 바람에 털어낸 음식물이 우석이 몸에 튕긴다.

“이게 무슨 짓인가? 대리기사인 주제에 누구한테 감히?”

“아, 죄송합니다. 무의식간에…”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남의 돈을 벌기 어디 그리 쉬운가? 우리 박녀사한테 잘못했다고 사과하게.”

“아저씨, 옷 세탁비는 내… 내가 줄테니 운전만 잘해요.”

우석이가 마치 정임의 후견인처럼 당당한 어조로 격하게 나오니 정임이도 갈린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그 바람에 대리기사의 얼굴이 수수떡이 되여 아무 말도 못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참을 줄 알아야 한다니까. 자, 받아요. 우리 친구가 실수했으니 이걸로 옷을 세탁해요.”

뒤좌석에 앉은 유정이가 백원짜리 인민페 두세장을 건네주었다.

“세탁은 나절로 하겠습니다.”

대리기사는 돈을 받지 않고 얼굴을 뒤좌석으로 돌린다.

“죄송합니다.”

절반 쯤 돌린 대리기사의 얼굴을 여겨보던 정임이가 선글라스를 벗는다. 그리고 손을 뻗쳐 대리기사의 얼굴을 홱 돌린다. 그 바람에 차가 기우뚱거린다. 하마트면 숲속에 차머리를 들이박을 번했다.

“차를 어떻게 모는가? 누굴 죽일려구. 당신의 몸값은 얼마인지 몰라도 우리 넷의 몸값은 어마어마하다구.”

우석이가 꽥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쳐든다. 그 순간 정임이가 우석의 손목을 덥석 잡는다. 찰싹! 정임의 손이 우석의 뺨을 매섭게 친다. 우석의 얼굴에 손자국이 벌겋게 났다. 칙! 차는 산속 포장길 한가운데 멈춰선다. 정임이가 옆에 앉은 유정이를 마구 밀어내더니 운전석에 앉은 대리기사를 끌어낸다. 우석이도 덩달아 내린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판국인지 헤아릴 사이도 없이 우석이가 주먹을 세게 날린다. 이를 악물고 상대방을 박살이라도 낼 기세다. 순간 정임이가 와락 대리기사한테 안긴다. 우석의 주먹은 정임이의 등을 내리쳤다. 정임이가 앗! 소리를 크게 지르며 대리기사의 품에서 스르르 내려앉는다. 대리기사가 정임이를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품에 와락 끌어안는다.

“여보, 정신 차려. 괜찮아?”

“나 괜찮아. 당신한테 너무 미안해. 남들이 다 쉬는 주말에도 이렇게 돈을 벌러 다니다니? 당신 여태 이렇게 수모 당하면서 돈을 벌었어? 흑흑… 정말 미안해. 당신 이제부터 이렇게 돈을 벌지 않아도 돼. 우리 어서 집에 가자.”

물기를 머금은 정임이의 눈은 웃는 듯 우는 듯했다. 비칠거리면서 일어선 정임이는 남편 송휘의 팔짱을 끼고 걷는다. 비칠비칠…

 

                                                                              /(훈춘)박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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