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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당신의 풍경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01-24 11:21:59 ] 클릭: [ ]

당신은 한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입니다.

빨갛고 노오란 원색으로 당신은 온통 물들어있습니다. 이 가을을 당신의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당신은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당신은 커다란 감동입니다. 괜히 누군가의 마음을 한없는 설레임으로 울렁이게 합니다.

나는 당신의 아름다움에 눈이 부셔 잠간 넋을 잃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당신은 이 토록 아름다운데 나는 왜 이다지 초라할가요. 당신은 이토록 풍요로운데 나는 왜 빈껍데기만 남은듯 허전할가요. 서른아홉의 나는 텅 빈 가슴을 그러안고 하루에도 몇번씩 울컥울컥 눈물을 쏟습니다.

세상은, 무엇인가를 얻고 싶으면 나를 버리라고 합니다.

앞만 보고 달리라고 합니다.

그 말을 믿었습니다. 닫는 말에 채찍질하듯 달렸습니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옆을 곁눈질해보지도 않았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망가져가는 내 육신을 경멸하듯 쓴웃음으로 대하며 그렇게 버텨왔습니다. 버티다 보면 버텨진다는 호기로운 말을 내뱉으며 말간 눈이 흐려지도록 버텨왔습니다. 그 끝에 있을 망연한 무엇을 바라고 그렇게 달려왔습니다. 달리다 보면 정말로 그 끝에 무엇인가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텅 빈 들판에 빈손으로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나를 버리고 달려온 시간들이 나한테 준 것은 비여버린 마음과 덜컥거리는 고장난 기계 같은 육신과 텅 빈 마음 뿐이였습니다. 내가 바라왔던 망연한 무엇은 환영이였을 뿐입니다. 나를 유혹했을 뿐 아무 것도 던져주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는 없습니다. 나를 온전히 죽여가며 산 시간은 조금씩 나를 소멸해 마침내 나는 사라졌습니다. 누가 육체보다 중요한 건 정신이라고 했던가요? 육체가 고장 나는 순간, 정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봄이 되면 순식간에 녹아버리던 내 고향 개울물의 얼음덩어리보다 더 빨리 무너져버렸습니다. 손을 뻗어 잡을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멀리멀리 가버렸습니다.

나는 길을 잃었습니다. 내 안과 밖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가 어디를 가야 하는지,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바람이 부는군요.

당신의 손 같은 잎들이 술렁이며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나를 바라봐.

내 손을 잡아.

나는 나를 버렸는데 왜 아무 것도 얻어지지 않는 걸가요.

나는 울먹이며 당신께 간절히 묻습니다.

당신의 손과 내 손 사이에 구멍난 통로라도 있는 걸가요? 무엇인가 당신의 몸 안에서 내 몸 속으로 흘러들어오는듯 가슴이 뭉클합니다.

당신은 내게 서뿌른 위로를 건네지 않습니다.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침이면 당신은 새들의 지저귐 속에서 행복하게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깨여났습니다. 해빛에 몸을 열고 바람에 몸을 맡기며 이리저리 몸을 흔들 줄 알았습니다. 땅속 깊이 뿌리를 뻗어가며 당신을 키워갔습니다. 굳은 땅 속으로 뻗어가는 당신의 뿌리들은 때론 돌멩이에 부딪치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멈출 줄도 알았고 돌아갈 줄도 알았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길게 뻗어갔습니다.

한줄기 바람에 실려온 꽃향기를 맡으며 당신은 웃을 줄 알았습니다. 당신은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그 사소한 순간의 행복들 속에서 당신의 삶을 꽃피웠습니다. 한없는 사랑으로 당신의 잎들을 푸르게 물들였고 이제 빨갛고 노란 잎을 하늘 높이 피워올려 이 가을,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당신은 내게 말합니다.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비로소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온전한 나여야 누군가의 아름다운 풍경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해줍니다. 삭막해서 나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마음이 더욱더 삭막해지는 풍경이여서는 안되지 않겠냐고 넌지시 말을 걸어옵니다. 나를 마주하고 선 누군가에게 가슴 속에 먼지 한점 일어나는 그런 풍경이면 안되지 않겠냐고 말해줍니다.

눈물이 끝내 눈확을 타고 흘러나옵니다.

나는 내가 버렸던 나를 만납니다.

한없이 미안해집니다.

나는 버렸던 나를 다시 보듬어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당신께 고백합니다.

이제, 나는 어느 순간에도 나를 버리지 않겠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함으로써 나도 당신처럼 누군가의 근사한 풍경이 되겠습니다.

나는 흐느적거리는 내 육신에 물을 주고 정성으로 보듬겠습니다.

저 멀리에 있는 희미한 것들을 쫓아 지금의 나를 죽이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온전히 사랑하며 내 삶을 뜨겁게 사랑하겠습니다.

나라는 존재만으로 향기가 되고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는 삶을 살겠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모든 풍경들에게 근사한 한폭의 풍경이 되고저 합니다.

내가 어찌 나만의 풍경일 수가 있겠습니까.

당신이 어찌 당신만의 풍경일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다운 풍경이여야 합니다.

내가 당신을 바라보며 나도 누군가의 근사한 풍경이 되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였듯이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당신처럼 아름다움을 줄 수 있는 한폭의 풍경이 되고저 합니다. 내가 당신 앞에 서서 이렇게 마음을 열고 내 속의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충일을 얻듯이 나 또한 누군가가 샘물처럼 차오르는 충일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풍경이고저 합니다.

나는 천천히 손을 올려 내 얼굴의 물방울을 닦습니다.

해빛이 찬연합니다. 바람이 불고 멀리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언덕 너머 들판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피고 풀잎 아래에서는 작은 벌레들이 소곤거리는 듯합니다.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가슴에 채워가며 나는 조금씩 조금씩 차오릅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나는 이제, 한폭의 수채화 같은 당신의 풍경입니다!

 

                                                                           /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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