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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밥의 변천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01-24 11:16:48 ] 클릭: [ ]

밥이란 단순히 쌀밥만을 이르는 말이 아니다. 끼니로 먹는 식사를 총칭 ‘밥’이라 한다.

중국 고전에 ‘국이민위천 민이식위천’(国以民为天,民以食为天)이라 했다. 나라는 백성이 하늘같은 존재요, 민초는 밥이 하늘이라는 뜻이리라. 이 세상의 모든 생령은 밥을 떠날 수 없거늘 먹고 살아가는 일 만큼 더 큰일이 또 어디 있으랴.

입을 가진 모든 동물은 먹어야 살며 뿌리 있는 모든 식물은 물론, 숙주에 기생하는 미생물마저도 먹어야만 살 수 있다.

하기에 밥이란 이 세상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라 조물주는 ‘먹이피라미드법칙’을 현묘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안되였으리라. 특히 만물의 령장인 인류의 먹이는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하늘이 무너질 일이오니…

우리의 터전이였던 농가의 뜨락을 조명하여 보기로 하자.

창조주는 소와 그의 족속들에게는 두개의 위를 주어 풀과 낟알을 털어낸 벼짚이나 옥수수대 따위만 먹고 살아가도록 했다. 돼지에게는 겨와 쌀 씻은 뜨물과 그외 음식찌꺼기에서 자양분을 섭취하며 살아가게 했고 닭한테는 모래주머니를 덤으로 얹어주어 인류가 흘려버린 그 금싸래기 같은 낟알을 허실없이 땅에서 낱낱이 주어먹되 성차지 않은 부분은 모래로 보충하게 했다.

조물주는 또 만물의 령장인 인류가 먹고 소화해낸 후의 그 배설물 속에 남아있는 칼로리까지도 극심히 아껴서 개의 밥으로 설정하여 인류의 파수군으로 공생공존하도록 설계했다. 그런데 새앙쥐란 놈이 언감생심 인류의 밥을 훔쳐먹으며 살아가다니, 이런 천하에 패가할 놈이라구야! 그래서 조물주는 낚시 같은 발톱을 주어 고간과 부엌을 지키며 쥐를 잡아먹게끔 고양이를 인간에게 만들어주었나 보다.

이렇듯 가축이나 가금들은 만물의 령장인 인류와 ‘쟁식’하지 않고서도 저마끔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공생공존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니 아, 이 얼마나 신묘한 조합인가! 실로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토지개혁 후 량식정책은 ‘통구통소’였다. 즉 국가에서 통일적으로 량식을 사들이고 통일적으로 분배하는 원칙이였다. 에누리가 없었다. 농민들이 그 어떤 수단이나 기만행위로 사사로이 량식을 더 나누어먹는다는 것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였다. 시장에서의 일체 쌀거래는 불법이였고 팔고 사고 하다 잡히면 콩밥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량식분배원칙은 년령에 따른, 로동력에 따른, 구체 업종에 따른 등 세부분으로 나누고 거기에서 다시 구체적으로 상세히 구분되여있었다. 대체적으로 로동력이 아닌 성인의 경우 매달 배급이 27.5근이고 뇌력로동자는 31근, 중체력로동자는 46근…

도회지의 상품량은 입쌀과 밀가루를 벼쌀(细粮)로 인당 매달 예닐곱근 정도였고 그외에는 전부가 수수쌀과 옥수수쌀, 옥수수가루였다. 당연히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이밥을 먹었고 조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조밥을 먹었으니 상품량을 먹는 출근족들에게 농민들은 그야말로 천국에 사는 축복을 받은 인간들인 것만 같았다.

자유시장을 ‘자본주의 꼬리’로 간주하던 그 세월에 남새도 풍족하지 않았다. 신흥가두, 건공가두― 이런 모식의 가두에서 널판자로 대충 둘러막은 매장을 만들어놓고 남새를 팔았는데 품종도 당지의 출산물 뿐이였다. 그나마 후딱 팔아버리고는 널판자를 꽁꽁 질러놓기에 약삭바르지 못하면 그마저도 사서 먹기 힘들었다.

부식이 곁따라야 주식에 그만큼 보탬이 될 텐데 부식까지 결핍하니 식생활이 비참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말하면 배에 곱이 있어야 좀 덜 먹는데 모두가 배가죽이 등에 가 붙은지라 먹고서도 늘 모자랐다. ‘봉쇄정책’의 담벽이 견고하여 외지에서도 못 들여오는 세월이라 과일도 당지의 사과배가 고작이였다.

그래도 배가 고픈 것 빼고는 참 좋은 세상이였다. ‘제후’들은 무공해였고 백성은 록색인이였다. 세상만물은 조화롭게 운행되였으며 인간들의 아웅다웅 부질없는 아귀다툼도 별로 없었다. 그 무슨 욕심도 없었다. 그저 어떻게 하면 배를 덜 곯을 수 있을가 하는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초식동물마냥 단순한 생각들 뿐이였다.

량표가 무엇인지 아마 후세대들은 잘 모르리라. 밥을 사서 먹자면 돈과 함께 지불하는 유효증건이 량표(粮票)였다. 량표에는 두가지가 있었다. 성급에서 발급하는 지방 량표와 전국적으로 통용하는 전국량표였다. 전국량표는 출장을 가거나 외성(外省)으로 갈 때에 소속부문의 소개신을 갖고 가야 량점(粮店)에서 발급해준다.

돈이 있어도 량표가 없으면 밥을 사서 먹을 수가 없었다. 상점에서 파는 과자도 량표를 받았다. 부모자식간에도 량표를 주고받았고 아무리 귀한 손님이 와도 량표는 내야 했다. 정량제 공급이라 그만큼 딴 사람이 굶어야 하니깐. 량식이 귀하니 인심도 야박할 수 밖에 없었다.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도 있잖은가.

아! 밥이 뭐길래 이렇듯 사람의 애간장을 말리느냐!

가마에 들어갔다 나오면 다 밥이였다. 입쌀로 지으면 이밥이요, 좁쌀로 지으면 조밥이다. 수수밥, 옥수수밥, 기장밥, 꽁보리밥, 그리고 메밀로 지은 ‘맵밥’과 피쌀로 지은 피밥도 있고 찹쌀로 지으면 찰밥이고 맨 쌀로 지은 밥은 ‘맨자지밥’이다. 열콩을 얹으면 열콩밥이요, 원두를 섞으면 원두밥에 또 록두밥이 있고 쌀독마다 모조리 밑굽을 긁어모아 겨우 밥을 지으니 잡곡밥이요 감자밥, 무우밥, 도토리밥, 그리고 죄를 지은 놈은 ‘콩밥’을 먹는다더라.

쌀은 적고 입은 많다. 그래도 먹어야만 하니까. 닥치는 대로 가마솥에 들어간다.

김장철이면 집집마다 김장배추가 수레들이로 들이닥친다. 김치감을 추려내면 시래기가 도끼봉 만하다. 버들방천 실버들을 단으로 베여들인다. 참나무로 둘러막은 울짱을 빙 에돌아 시래기다래가 울안을 철통같이 둘러막는다. 겨우내 얼며 마르며 칼바람에 문드러진 데다 렴치없이 추렴하려 덤벼드는 동네 염소와 소들과의 항쟁에서 요행 사수해낸 시래기다. 큰 가마솥 셋이 불렁불렁 삶아낸 시래기를 물에 불려 독성을 빼고 줴기를 지어 얼려두고 만날 시래기국 시래기밥에 죽어삐쳐야만 했다.

해토의 봄기운이 찾아들면 파릇파릇 풀들이 어섯눈을 바시시 뜨고 “이제 나와도 되는 거야?” 하면서 빠금히 쪽문을 열고 내다볼라 치면 어느새 우리 집에서는 쑥밥으로 입맛을 바꾼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쇠투리밥, 졸배밥, 미나리밥, 도라지밥… 아무튼 단오전의 풀들은 ‘모짝 밥’이라는 가짜 직함을 챙겨갖고 우리 밥상에 올랐으니.

이런 밥 저런 밥 다 먹어도 죽어도 못 먹을 밥은 비지밥과 두병밥이였다. 대식품 때 기차 타고 차창을 내다보면 만산이 허옇게 사람들이 피나무와 소나무껍질을 벗겨 먹었다. 그리고 ‘문화대혁명’ 때에는 ‘회억대비밥(忆苦思甜饭)’은 울며 겨자먹기로 먹었다.

그 모진 세월 대식품에 로인들이 앞다투어 ‘잘 있거라, 나는 간다’고 했으니깐.

우리 백의민족은 옛적에는 신분에 따라 밥의 호칭이 달랐다. 《흥부전》의 이야기다.

오장륙부에 심술부 하나가 더 붙은 놀부가 동생이 부자되였다는 소문을 듣고 흥부를 찾아왔는데 제수가 진수성찬을 차려드렸다. 놀부는 괜히 밥상을 탕탕 내리치며 심술을 쓰는데 제수가 시형을 꾸짖어하는 말.

“아주버님, 밥이 어떻게 중한 것이라고 밥상을 치셨소. 밥이라 하는 것이 나라에 오르면 수라요, 량반이 잡수시면 진지요, 하인이 먹으면 입시요, 제배가 먹으면 밥이요, 제사에는 젯메이니 얼마나 중한가요. 동네가 알고 보면 손도가 싸고 관가에서 알면 볼기가 싸고 감영에서 알면 귀양도 싸오.” 밥의 귀중함을 일컬은 말이였다.

상전벽해라, 뽕나무밭이 변하여 바다가 되듯이 세상 일의 변천이 그처럼 심할진대 가난했던 밥이 오늘은 호화로운 밥으로 변천했다. 우리는 이제 밥걱정은 안해도 된다. 오히려 밥을 천대하는 요즘 세상이다. 연회청의 진수성찬도 희끔해하지 않는다.

매체에서 ‘사치한 쓰레기’란 명제하에 오늘날 식탁에서 랑비하는 일년 량식이 2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2억도 나마 되는 인구의 일년 량식에 달한다는 평이니…

밥을 천대하면 천벌이 내린다. 밥 없어 우는 눈물 강하를 이룬다.

잊지를 말어라. 아직도 수많은 농촌빈곤부축대상과 도시빈곤인구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또 한가지, 요즘 텔레비죤에서 척결을 당한 ‘호랑이와 파리’들이 “함께 밥을 먹으면서부터 ‘부패’라는 마귀와 결탁하게 되였다.”고 눈물 코물 통절한 고백이니 실로 밥도 먹을 밥이 따로 있고 먹지 말아야 할 밥도 따로 있나 보다.

 

                                                                          /방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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