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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떡살구 익을 때면(외 3수)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11-08 12:27:12 ] 클릭: [ ]

떡살구 익을 때면

고향마을 털보령감 생각 난다

 

여덟살 때인가

코흘리개 사내애가 가만가만

울바자를 뛰여넘어

휘영청 보름달 엿보는데

떡살구를 훔쳤지

 

입안에 넣으면 절로 녹아

혀까지 삼켜가며

배 터지게 웅뎅이를 메웠다

 

이튿날 새벽에 이불 속

게으른 잠 자는데

철썩철썩 엉뎅이를 답새우며

―이놈 네가 간밤에 또

떡살구를 훔쳐먹었지

 

어떻게 아셨지

쥐도 새도 모르게 한 일인데

 

에끼 이 놈 미욱한 놈

달님이 큰 눈 뜨고 보았잖아

바람이 놀라깨여 보았잖아

 

 

인생철학

 

어둡다고 밤이 아니듯이

밝으면 모두가 낮이 아니다

흑백은 그저 겉표면일 뿐

숨겨진 진실을 대표 못한다

 

당신이 혼자여서 넉넉함이

오히려 여럿의 부족을 깨우치고

부족 속의 부족이 오히려

넘쳐나서 풍요롭다

 

욕망과 현실은 언제나

등을 돌린 그림자여서

갈증에 목 마를 때일수록

멀어가는 원리가

사람을 골탕 먹여 길들인다

 

알면 하나처럼 간단하고

모르면 아득한데

첩첩청산 갈수록 험악한

인생은 불구뎅이

망망대해 쪽배가 파도 속에

길을 찾아 외롭다

 

 

마늘

 

속죄의 껍질을 벗겨내면

하얀 마음 부끄럽다

 

처마밑에 죽은듯이 매달려

겨울을 이겨내고

춘풍이 미소를 지으면

장마끝의 해빛처럼

간지러움 타기 시작한다

 

그리움을 포개여 둘러메고

흙냄새 넉넉한

손바닥 만한 자리 찾아서

푸른 열정 곰삭혀

하늘 향해 뻗어나갈 고민한다

 

립춘이 언제드라

력서장을 뒤적이며 주먹구구

 

 

내가 읽은 수필 한편

 

노을 피는 이른아침

볼일이 생겨서 자전거

낡은 페달 밟으며

들길을 가다가 멈춰섰다

 

키 낮은 울바자 안에서

백발 떠인 할머니

닭모이를 주면서 바쁘고

 

사랑채 서쪽에서

소잔등 쓸어주는 할아버지

매캐한 담배연기

기침소리 둘러메고 도망 간다

 

열둬살 되였을가

가슴에 넥타이 날리며

줄뛰기 하는 계집애

 

통나무 굴뚝이 성이 나서

검은 욕설 퍼붓는데

수퇘지 배고프다 투정질

 

잠을 설친 해님이 하품하며

재미 있게 웃는다

 

/김철우(위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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