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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오미자향에서 걸러낸 삶의 반짝임 하나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10-25 15:26:15 ] 클릭: [ ]

◎ 김영애

언제부턴가 민들레뿌리차, 따들쭉즙, 오미자즙 등 순 자연의 향을 우려마시는 취미가 생겼다. 말리운 야생오미자를 깨끗이 씻어 물을 몇주전자 끓여 부었다.

하루밤 지나니 오미자물이 빨갛게 우러나 새콤한 냄새를 풍겼다. 인츰 사탕가루와 꿀을 넣어 휘휘 저어서 한입 맛보았다. 새콤달콤하고 진한 오미자향이 혀끝에서 감돈다.

‘그래, 이 색갈, 이 맛이야!’

인젠 랭장고에 넣어야지. 당장 크고 작은 병들을 꺼내 깔때기를 꽂고 퍼서 넣으려다 문뜩 다른 생각이 떠올라 인츰 멈춰버렸다.

‘까짓 요만큼 해서 어느 입에 바르겠는가?’

하학하고 돌아오면 랭장고부터 열어보는 두 딸애에, 술을 마시고 오면 랭장고에서 찬물부터 찾아마시는 남편에, 시도 때도 없이 홀짝거리는 나까지면 이틀도 되기 전에 다 마셔버릴 것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대충 오미자냄새만 풍겨도 밖에서 파는 음료보다 더 몸에 좋겠지.’

나는 물을 더 끓여서 부어넣었다.

‘아줌마의 욕심이란 참!’

금방까지 빨갛던 오미자즙이 그릇에서 원형으로 쫙 퍼지며 희멀겋게 빛을 잃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의 색과 맛이 사라졌다. 한입 떠서 마셔보니 시고 슴슴했다.

서둘러 꿀과 사탕가루를 더 넣었다. 단맛은 돌아왔는데 처음의 오미자향은 없어지고 온통 꿀맛이였다. 랭수에 꿀을 탄 격이 되였다. 그렇다고 마른 오미자를 더 넣을 수도 없고. 삐죽이 살아난 욕심 때문에 오미자즙 맛이 뒤죽박죽이 되여버렸다.

소래 밑바닥에 가라앉은 오미자며 소래에 넘치도록 만들어진 희뿌연 ‘꿀즙’이 나를 보고 “히히” 하고 웃는 것 같았다.

“욕심을 부리더니 봐라.”

오미자맛이든 꿀맛이든 관계없이 이젠 다 쒀놓은 죽이라 마땅한 그릇에 부어넣어야 했다. 먼저 커다란 음료수병 두개에 가득 부어넣었다. 소래 절반의 오미자즙이 축이 났다.

‘병이 크니 좋네. 몇개 더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엔 광천수병 네개에 또 가득 채웠다. 아직도 좀 남았다.

‘인젠 어디다 담지?’

문득 설에 인삼즙 음료를 마시던 작은 유리병이 너무 정교하고 깜찍해서 보관해두었던 생각이 났다. 들춰보니 12개나 되였다.

작은 유리병에 부어넣기 시작했다. 한 둬모금 좀 넘을 사한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유리병에 부어넣고 나니 식탁 우에 올망졸망 병들이 선을 보러 나온 것 같았다. 저절로 웃음이 “쿡―” 나왔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음료를 저절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시원하게 랭장고에 넣었다 마셔야지.’

큰 병 두개부터 들어다가 랭장고에 넣으려니 너무 커서 세워넣는 칸엔 들어가지 않는다. 김치그릇 들어찬 중간칸에 눕혀넣자니 김치냄새가 배서 원래 그닥잖은 맛이 더 엉망이 될 것 같았다.

한참 서성거리는 사이 랭장고문이 너무 오래 열려졌다고 “삑삑―” 소리를 낸다. 할 수 없이 다시 꺼내서 식탁 우에 털컥 놓아버리며 중얼거렸다.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니구나.”

음료수병 네개와 작은 유리병에 넣어진 오미자즙은 그럭저럭 랭장고의 세움대틀에 차곡차곡 줄을 지어 채워넣을 수 있어 참 좋았다.

딸애들은 텔레비죤을 보거나 숙제를 하다가도 쫑드르르 달려가 랭장고문을 열고 오미자즙을 꺼내 마셨는데 안성맞춤한 유리병을 꺼내들고 마시기 좋아했다. 하긴 음료수병의 것은 한번에 다 마셔버릴 수 없고 다른 고뿌에 부어마시거나 또는 다 마신다 치더라도 뜸을 들여 마시게 되니 시원한 맛이 덜해지기 때문이다.

식탁에 배통 크게 서있는 큰 음료수병의 오미자즙은 랭장고의 신세도 지지 못하고 병안에서 한창 괴여오르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애들이 굽을 낸 작은 유리병에 다시 조금씩 옮겨 붓느라고 한동안 싱갱이질했다. 이러는 나를 보며 남편이 비꼬았다.

“당신, 소꿉장난을 해? 늘 큰 거 큰 거 하더니 그 봐…”

하긴 그랬다. 며칠전, 시장에 가서 무우를 살 때도 큰 게 겉보기 좋아서 사왔더니 속이 다 비여서 맛도 없고 썰어 말리기도 불편했다.

세탁기도 이불이랑 씻기 편리하도록 큰 걸로 사자고 우겨서 샀더니 작은 빨래들 하기가 불편했다. 쏘파와 랭장고도 무턱대고 큰 걸로 고르는 바람에 집안에 들여올 때 생각지 못했던 불편을 겪었다.

무엇이나 많이, 무엇이나 크게 바라는 것이 좋은 살림자태가 아닌듯 싶다. 오미자즙도 많이많이 하다가 오미자맛을 잃어버렸고 그릇도 큰 것 큰 것 하다가 일손을 더 잡아먹고 ‘가전 제품’도 큰 것 큰 것 하다가 모든 일이 더 번거로와졌다.

큰 것, 많은 것이라는 생각을 집어치우고 작은 것, 적은 것에 만족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키워야겠다.

주어진 일상의 작고 적은 것은 당신더러 잔잔한 행복을 음미해보라는 의미다. 생활도 적당히, 돈도 적당히, 모든 걸 자신의 경위에 맞게 살아가는 데는 욕심을 버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미자즙을 만들며 문득 걸러낸 삶의 반짝임 하나! 이제부터 내 인생을 파아란 하늘아래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아름다운 들녘으로 상큼상큼 행복하게 윙크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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