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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 고향의 개구리 그리고…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08-23 10:44:46 ] 클릭: [ ]

따뜻한 계절이면 고향의 농촌나들이가 나에게는 더없이 감미로운 향락이였다. 마을 동구밖을 조용히 산책하다가 물도랑을 살짝 뛰여넘어 논뚝길을 지르밟으면 사뭇 극락세계에서 신선처럼 거니는 즐거운 느낌이다. 쾌적하게 논뚝길의 흙냄새 풀냄새에 흠뻑 젖어 걷노라면 동년의 추억이 보얀 물안개처럼 자오록이 피여오른다.

봄과 여름이면 논뚝길과 강변 그리고 늪가에는 우리 개구쟁이들의 발자취가 별처럼 총총 찍혀있었다. 파란 풀숲을 살살 헤치며 메뚜기잡이하는 것도 재미 있었지만 논물이나 강물에 퐁당퐁당 뛰여드는 청개구리를 살짝 잡아쥐는 재미는 더구나 흥미로웠다. 청개구리들이 풀숲에서 사람의 기척소리에 팔딱 놀라 물에 퐁당 뛰여들어 머리를 빠금히 내밀고 뚝 삐여진 눈으로 사람을 말똥말똥 쳐다보다가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개구리가 아무리 꽁꽁 숨어도 우리 개구쟁이들은 개구리가 남겨놓은 물의 파문을 따라 손더듬으로 얌전하게 숨어버린 개구리를 납작 생포한다. 처참하게 잡힌 개구리는 개굴개굴 외마디 울음소리를 몇번 내고는 우리 작은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바둥거린다. 하지만 우리 개구쟁이들은 그것을 가엾게 여길 대신 잡은 개구리를 하나하나 쇠줄꼬챙이에 꿰였다. 개구리는 쇠줄꼬챙이에 꿰여서도 삶의 바줄을 놓지 않고 죽기내기로 버둥거리다가 맥이 진하면 길다란 다리를 가볍게 아래로 축― 드리우고 죽음을 애처롭게 기다린다. 개구리잡이가 오구작작 끝나면 쇠줄꼬챙이에 꿰여맨 개구리를 하나하나 빼내여 날이 선 돌로 쳐 다리와 몸뚱이를 분리해낸 다음 몸뚱이는 버리고 다리만 껍질을 벗기여가지고 집에 가서 불에 구워 먹거나 어머니더러 기름에 달달 볶아달라고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세상물정을 모르는 우리 개구쟁이들이 물덤벙술덤벙하면서 동물세계의 제일 약자를 잔인하게 죽인 것이 매우 죄송스럽다. 개구리는 인간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오히려 해충의 천적으로 농작물을 보호하는 작은 동물세계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 몇십마리 몇백마리 해충을 소멸하기에 응당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야 할 대신 죽음을 당하는 그 착한 것들이 너무 불쌍하다.

그 때 우리 개구쟁이들이 끊임없이 개구리잡이를 하였지만 개구리식솔들은 줄기차게 번성하면서 대를 이어갔다. 모내기철이면 봄물이 흐르는 논밭은 개구리세상이여서 초저녁부터 밤 아홉시까지 개구리 대합창은 마을 복판까지 거창하게 들려왔다. 여름이면 해볕이 재글재글 고여든 논고에는 올챙이들이 작은 꼬리를 살살 저으며 재롱을 부리고 통통한 개구리꿈을 익혀가고 있었다. 그것이 야금야금 성숙되면서 작은 뒤다리를 깜찍하게 키운 다음 점차 앞다리를 내밀고 꼬리를 숨겨버리면 귀여운 청개구리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어미개구리와 함께 논두렁숲에 숨어서 벌레잡이 기능을 키우고 또 논물에 뛰여들어 살살 개발헤염을 치면서 해충잡이능수로 된다. 그 덕에 벼들은 시름없이 소리치며 우썩우썩 자란다. 그 때는 농약을 치지 않고 록색입쌀을 생산하였으니 개구리의 공로도 한몫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논밭이나 강가에서 개구리울음소리를 듣기 힘들다. 모내기철에야 한적한 논밭구석에서 가담가담 목청을 뽑는 청개구리의 가냘픈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렇게 흔하던 청개구리들이 어디로 잠적했을가? ‘농약폭탄’에 못 견디여 어디로 피난을 간 것일가! 들쥐나 뱀의 반찬거리가 되고 개구쟁이들의 료리감으로 되여도 생기있는 생명을 끈질기게 이어가던 개구리가 아니였던가! 지난 세기 80년대까지도 개굴개굴 귀맛 좋게 농부들의 가슴을 후련히 적셔주던 개구리였다. 넉넉한 록색환경에서 개구리식구들은 해충을 소멸하여 농군들의 고초를 덜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학비료와 농약에 살초제까지 곁들여 논밭에 뿌리니 록색환경이 여지없이 삭막해지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개구리가 시름 놓고 생존하기는 천만 불가능하다. 도랑물도 여기저기 몰려드는 쓰레기 성화에 구질구질 몸살한다.

몇십년전 내가 살던 화룡시 팔가자진 상남촌 마을 앞 강물은 모래바닥으로 맑은 물이 잔잔히 흐르고 강뚝 량안에는 쑥과 잡풀 그리고 버드나무가 무성하여 버들치, 돌종개 같은 민물고기들이 자유로이 꼬리 치며 즐겼다. 개구리들이 풀숲에 숨었다가 퐁퐁 물에 뛰여들어 숨박곡질하고 우리 발가숭이들이 물장구를 치던 맑고 깨끗한 강이였다. 그러나 지금 강바닥은 콘크리트바닥으로 되고 강 량안은 콘크리트벽으로 포장되였다. 물냄새 흙냄새 대신 콘크리트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러니 들쥐나 뱀들도 얼씬 못하는데 여린 개구리가 어찌 그 귀중한 생명을 지켜갈 수 있겠는가!

나는 가끔 어벌이 큰 환상에 잠기군 한다. 내가 만약 억만 부자라면 거금을 들여 고향의 옛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강바닥과 강뚝을 다 밀어버리고 강바닥에 모래와 자갈을 쫙 깔고 흙과 모래로 강뚝을 단단히 다지련다. 그리고 여러가지 잡풀을 두툼히 편 다음 강 량안에 수양버들과 백양나무를 꽉 박아심어 그 옛날의 자연풍치를 그대로 살리겠다. 강변 가까이의 인가들을 멀리 이주시켜 멋진 아빠트에 들게 하고 현대화 ‘쓰레기분리수거장’과 ‘오염처리장’을 만들어 더러운 쓰레기와 오염물질이 강물에 얼씬도 못하게 하겠다.

고린내 나는 오염물질이 강물 가까이에서 영영 사라지고 수정같이 맑은 물과 싱싱한 푸른 숲으로 물고기와 개구리의 생활터전을 마련해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내 동년 고향의 록색터전이 다시 이루어지고 개구리들이 강물에 퐁당퐁당 뛰여드는 귀여운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고 청개구리의 거창한 울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꿈으로나마 서러운 마음을 달래본다.

아,내 고향에서 점점 사라지는 개구리여,그리운 동년의 록색터전이여…

 /리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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