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닫기

[수필] 군자란, 엄마의 향기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08-09 12:11:06 ] 클릭: [ ]

긴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날의 해살 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을 물고 군자란이 연록의 잎새로 탱글탱글한 꽃망울을 맺고 있다.

아,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던 그리움이였던가? 분명 세상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엄마의 살갗 향기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그리움이 보물 터지듯 밀려온다.

꽃을 좋아하던 우리 엄마, 무궁화, 국화, 나비꽃, 초롱꽃 ,월계화… 그 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화분들이 우리 집에서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사시장철 그윽한 향기가 진동했다.

엄마는 그 많은 꽃중에서도 군자란에 각별한 사랑을 기울이였다. 지금은 엄마의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군자란은 다른 꽃들과는 달리 많은 정성과 손길이 가야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음을.

오늘 이 창턱의 군자란도 꽃망울을 맺기까지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군자란의 ‘고귀하고 우아하고 고결하다’는 아름다운 꽃말처럼 우리 엄마는 산통을 통해 나를 낳은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나를 키웠다.

엄마는 손재간이 아주 좋았다. 엄마의 손끝에선 바느질이면 바느질, 손뜨개면 손뜨개, 음식이면 음식, 어느 것 하나 물 샐 틈 없이 깐지게 이뤄졌다. 마을에 잔치집이 있을 때면 엄마의 손과 몸은 늘 바빴다. 신랑의 양복에 신부의 너울까지 다 만든 후 또 원앙 베개에 술까지 곱게 달아주었다. 엄마는 마을에서 손꼽히는 재간둥이였다.

내가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하던 날 엄마는 밤을 지새우며 리봉까지 단 책가방을 손수 지어주었다. 그 때 그 책가방이 얼마나 예뻤는지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아안았다.

또 내 생일이면 전날부터 분주히 준비하여 곱게 빚은 반달떡, 소복하게 담은 밥 한그릇에 감칠맛 나는 미역국을 아버지보다 먼저 내 앞에 놓아주던 우리 엄마. 이런 엄마의 슬하에서 자란 나는 딸들한테도 엄마에게서 배운 사랑을 그대로 몰붓고 있다.

학교에서 운동대회를 하거나 들놀이를 갈 때면 언제나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해 입히고 맛나는 음식들을 장만하느라 바삐 돌아치던 우리 엄마. 내가 아프면 밤새 내 이마에 ‘찬물수건’을 갈아주고 입에 물을 한술 한술 떠넣으며 한순간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모든 것이 당신의 탓인 것처럼 불안과 걱정으로 마음을 조이던 우리 엄마.

내가 중학생이 되던 날 현소재지 학교 기숙사에 나를 두고 가면서 기차역까지 3리 길을 눈물을 흘렸다는 우리 엄마…

2주에 한번씩 집에 왔다 학교로 갈 때면 엄마는 늘 눈물이 앞서군 했다. 그 때 내 등뒤에서 눈물을 흘리던 애처로운 엄마의 모습이 저도 모르게 떠오른다. 엄마는 내가 당신의 몸 속에서 떨어진 살점이 아니기에 언제라도 품에서 파랑새처럼 포르릉 날아갈 것만 같아 얼마나 마음을 조였을가?

자식을 낳아야 철이 든다고 두 딸의 엄마가 되여서야 철이 좀 드는 것 같다. 친자식이 아닌 남의 자식을 품에서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사랑인지 뒤늦게나마 알 것 같다.

십이지장암 말기로 시달리면서도 엄마는 늘 나한테 군자란을 머리맡에 가져다 놓으라고 했다. 엄마는 그 군자란을 바라보며 애달프게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내가 죽으면 우리 딸 불쌍해서 어쩌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는 저것을 두고 내가 어떡해. 하늘도 무심하지. 흑흑흑… 5년이라도 내가 더 살 수 있다면 아니, 일년이라도 더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어이구.”

엄마의 그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여지는 것 같다.

엄마는 이 딸을 두고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어 안깐힘을 다해 병마와 싸웠다. 군자란이 꽃을 피우기를 기다리듯 이 딸이 꽃처럼 활짝 피여나는 모습을 간절히 희망했던 것 같다.

정성이면 돌우에도 꽃이 핀다고 지극한 엄마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 듯이 그 군자란에 꽃망울이 맺히더니 24송이의 꽃을 활짝 피우는 것이였다. 엄마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으로 겨우 일어나 앉아서 군자란꽃을 배경으로 나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그 때 그 사진이 나에게 유일하게 엄마를 기억할 수 있는 ‘보물’이다.

이렇듯 군자란은 엄마와 나 사이의 피와 살의 련결이 아닌 가슴과 가슴을 이어주는 꽃이였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당신의 품으로 애지중지 키운 딸이 당신의 림종을 보고 놀랄가봐 일찌감치 나를 친척집에 보낸 것이다. 그리고는 딸이 그리워 눈도 감지 못하고 49세의 젊디젊은 생명을 내려놓았다.

철이 없던 그 때 입양의 아픔으로 꽁꽁 닫겨진 마음을 종래로 열어주지 않던 이 못난 딸 때문에 엄마는 얼마나 외로우면 군자란에 그토록 집착했을가?!

이제 곧 ‘어버이날’이 다가온다. 비록 꽃이 활짝 피지 않았지만 이 꽃망울은 혈육의 정보다 더 짙고 바다보다 더 깊은 무한한 모성애의 향기를 온 집안에 풍기고 있다.

다음 생이 있다면 꼭 엄마의 몸 속에서 잉태되여 엄마의 딸로 태여나고 싶다. 그리고 엄마에게 토라져 보기도 하고 다투어보기도 하며 응석도 부리면서 늘 엄마의 냄새를 마음껏 맡고 싶다. 꽃이 피는 봄이면 엄마와 함께 어깨 나란히 손을 잡고 꽃구경도 하고 꽃향기에 흠뻑 도취되고 싶다. ‘어버이날’이면 엄마에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바구니도 선물하고 싶다.

오늘도 해살이 넘치는 저 하늘나라에서 엄마가 꽃구름을 타고 꽃밭을 거닐면서 이 창턱의 군자란을 바라보며 밝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우리 딸 이제 꽃도 가꿀 줄 아네. 참말 장하다.”고 칭찬하면서 말이다.

아, 군자란, 엄마의 영원한 향기여라.

 

                                                                  /(할빈)최화숙

0

관련기사 :
 
연변부동산
21세기중국정보사이트-백두넷
한길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