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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컴퓨터 왕의…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07-05 12:49:12 ] 클릭: [ ]

기상을 할 아침인데 갑자기 머리가 아팠다. 왼쪽 편두통이였다. 병원으로 가려다가 먼저 컴퓨터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이리 저리 살펴보는데 ‘청광안’이라는 병명이 나왔다. 읽어보니 아주 무서운 병이였다. 내가 정말 이 병에 걸린다면 지금의 이 이팔청춘에는 너무도 야속한 일이였다. 눈이 안 보이는 캄캄한 삶,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였다. 내가 ‘콤피트 왕’인데 그 황관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자 어서 병원으로 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밥도 먹지 않고 옷을 대충 걸치고 집을 나섰다. 검정 코트깃을 여미고 서서 택시를 기다리노라니 찬바람이 몸으로 파고들었다. 아직 겨울이 마지막 기운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제발 ‘청광안’이 아니였으면 하는 바람이였다. 길 맞은켠의 노란색 아빠트 정문 쪽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잠시 서있는 동안 마침 예약한 남색 승용차가 다가왔다. 나는 서슴지 않고 차에 올랐다.

차안에 앉아 잠시 달리다 보니 좀 더웠지만 차창을 열면 바람이 차거울 것 같았다. 그러나 강력한 봄이 막강하게 들이닥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였다. 푸른 나무잎들은 제나름으로 푸르렀고 여기저기 피여난 꽃송이들이 여러 색상으로 이채를 돋구고 있었다. 차창을 내다보노라니 머리가 아팠지만 이 시가지가 참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좋은 풍경들, 더구나 인행도를 걷는 인간들이 사뭇 의미로왔다. 사십대 남자 록림보육원들은 수목의 아지를 따주고 있었고 사십대 녀자 록림보육원들은 꽃나무를 가꾸고 있었다. 각별히 싱그러운 모습들이였다.

차가 병원뜨락으로 들어섰다. 차에서 내리니 꽃잎을 활짝 편 백목란이 맞아주었다. 꽃향기에 아프던 머리가 금방 나아지는 것 같았다. 한동안 서서 꽃나무를 올려다보았다. 해마다 보아도 별로 주시하지 않았었는데 이날은 웬 일인지 꽃송이들에 매료되여 자리를 뜨기 싫었다. 방금 상큼한 내음 속에서 무언가 확 밝아지는 것 같았다. 떠날 때는 심정이 그저 그랬는데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병원에 이르렀다. 눈검진을 여러가지로 하는데 의무일군 중 어떤 익숙한 듯한 녀인이 있었다. 아주머니 같기도 했고 처녀 같기도 했다. 그녀와 눈을 몇번 부딪쳤는데 심장이 웅웅―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초보검진에 ‘청광안’은 아니라고 나왔지만 최종결과는 더 기다려야 했다. 의무실을 나와 벤취에 잠간 앉았는데 그 녀의사가 웃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지나갔다. 내 가슴에서 다시 웅웅― 소리가 났다. 녀의사의 뒤모습을 바라보고 앉아있으니 일어서기가 싫었다. 그냥 그대로 앉아 그녀가 되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싶었다. 그녀와 안면이 깊어졌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되였다. 그 때 어머니에게서 점심밥을 먹으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나는 일어서서 병원의 흰 벽들을 둘러보며 아쉬운 걸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집에 들어서니 어머니가 환한 미소를 머금고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물었다.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어머니는 상글상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였다. 어머니에게 액수가 큰 원고료가 들어온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얼만데요?”

어머니가 말했다.

“한화 천만이 들어왔다.”

나는 환성을 지르며 어머니를 안아드렸다. 어머니 손이 내 등을 토다토닥 쳤다. 그런데 어머니가 나의 예상밖으로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 집을 위해 돈을 벌어들이셨는데 왜 내게 미안하다는 걸가.’

우웅―, 우웅― 하는 비행기소리가 바깥공중에 울려퍼졌다. 어쩐지 보통 비행기소리가 아닌 것 같아서 귀를 기울이는데 일, 일― 영이, 영이―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서운 사랑

어느 날 나는 국외 매체에서 내가 투고하지 않은 글이 발표된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친구를 찾아 알아보니 ‘해킹’을 당한 것이라고 했다. 더 알아본즉 글이나 사진 따위를 가져다 올리기만 하면 금방 세계 몇십억이 되는 독자가 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무서웠다. 내가 뭘 쓰면 어떤 해커가 금방 ‘해킹’하여 제 이름으로 발표하고 원고료를 갈취한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났다.

‘해커, 아 무서운 해커, 잡아치우고 싶은 해커!!!’

그런 해커들이 내 신변과 주위에, 심지어 태평양 건너에서도 내가 뭘 쓰나 딱 바라보고 기다리다가 훔쳐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

헌데 생각이 다른 쪽으로 픽― 돌기도 했다. 내 글을 그렇게 빨리 공짜로 세상이 다 알도록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을 메우던 한숨이 훌― 터져나갔다. 이제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때 매체업소들을 찾아가 돈을 쓰면서 구걸하는 일이 없어진 셈이 아닌가! 아, 해커! 실은 나의 무보수 홍보자였구나 하는 개탄이 나갔다. 나는 위챗을 리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병원의 그 녀의사였다. 나는 기뻐서 훌쩍 뛰였다. 어머니가 이상스레 쳐다보았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어머니 저 밥 먹으러 밖에 가요!”

그러면서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때 갑자기 웅웅― 소리가 나더니 영이, 영이―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병원에 가니 그 녀의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용이씨, 축하드립니다.”

“내 진단이 잘 나왔나요?”

“네 그래요.”

나는 훌쩍 뛰며 반겼다.

“감사해요, 의사선생님.”

순간 웅웅― 하는 하늘소리 속에서 약값을 잊고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했다. 호주머니에 든 돈을 다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걸로 약값을 물어주세요.”

그녀는 동실한 얼굴에 웃음을 떠올리며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어제 돈은 제가 이미 물었어요. 200원 밖에 안돼요.”

나는 곁사람들이 눈여겨보는 싱갱이질이 벌어질가봐 돈을 호주머니에 넣으며 점심을 같이 먹으려고 생각했다. 그때 그녀가 말했다.

“간단히 랭면 한그릇을 사주시면 좋겠어요.”

하늘에서 또 웅웅― 소리가 나면서 기분이 붕붕― 떴다. 녀의사의 얼굴이 붉어지며 환하게 피였다. 어느새 우리 둘은 서로 손을 잡고 있었다.

“의사선생님, 고맙습니다.”

“오늘 저는 너무 행복해요.”

웅웅― 소리 속에서 정신이 펄쩍 들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때 어머니가 나타났다. 내가 점심을 먹지 않고 나와서 걱정되여 찾으러 온 것이다. 나는 좀 아쉬웠지만 어머니를 따라가려고 했다. 그때 녀의사가 말했다.

“용이씨 어머니시지요? 식사 전이면 우리 같이 식사를 해요.”

셋이 점심상에 마주앉았다. ‘평양국수집’이였는데 맛이 참 좋았다. 우리가 말없이 국수를 먹고 있는데 불현듯 어머니의 중얼거림과 함께 하늘에서 웅웅― 소리가 나며 “군일이 니는 빠져라.”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 소리를 냈다. “이 자식이였구나.” 하며 통쾌해하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늘이여, 걔를 용서해 주십시오!”

녀의사는 이상한 표정으로 나와 어머니를 엇갈아보았다. 다시 머리우에서 웅웅― 소리가 나며 어머니 얼굴이 갑자기 새하얗게 질렸다. 녀의사가 수저를 놓고 건너와 어머니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어머니 편찮으신 것 같은데 우리 같이 병원으로 가요.”

우리는 병원으로 함께 갔다. 의사의 진단 결과 ‘청광안’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했다. 내가 어머니 간병을 해야 했는데 마침 녀의사가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지만 녀의사를 늘 만나게 되여 기뻤다. 그야말로 기쁨과 고통으로 범벅이 되였다.

 

                                                                       /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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