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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자연아, 나를 그대에게!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01-11 10:44:13 ] 클릭: [ ]

홀로 조용한 사무실에 앉아있노라니 문득 밖에서 들려오는 뭇새들이 우짖는 소리가 유난히 귀를 자극한다.

여럿이 목청 높여 극성스레 울어대다가도 또 한두마리가 짹짹거리고 그러다가는 아무일도 없었던듯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뜸을 들였다가 다시 시작하는 새들의 연주는 처음 듣던 기분과 완연히 다른 알아 못 들을 새로운 우짖음이다.

내 주위에 이렇게 아름다운 선률이 있었구나!

지금까지 쭉― 시골에서 살아오면서 이런 새소리쯤은 너무나 귀에 익은 우짖음소리로만 들었지 이렇게 절주와 내용이 있고 다채로운줄 미처 몰랐다.

사실 자연은 모든것이 그대로여서 아름다운것이다. 자연은 일년사시절 입으면 입은대로 벗으면 벗은대로 어린 아이 물감 가지고 논 자리처럼 여기저기 이런 색 저런 색 마구 발려서 더욱 귀엽고 더욱 진솔하고 더욱 찬란하여 보는이들의 감탄을 자아내는것이 아니겠는가?

늘 가봐야 그 산이고 그 나무고 그 바위고 그 물이고 그 골짜기련만 철이면 철마다 사람들의 무리가 그 품을 향해 붐비고 비벼댄다. 자연의 품에 안기면 그렇게도 좋아들 한다. 모두들 흥분되여서 야호― 소리를 지르고 어린애처럼 맴돌아치며 제 모습을 남기기에 분주하다.

해마다 관광철이면 각가지 풍경구로 향하는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과 수많은 사람들로 약속이나 한듯이 끼리끼리 이어진다. 순수한 자연을 사랑하는 대오들의 행렬이!

하긴 그렇기도 하다. 자연은 거짓이 없기때문이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가리지 않고 잘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 가리지 않고 유능한 사람과 무능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자연은 모든걸 고스란히 품어주니깐!

각양각색의 사람들로부터 활활 부려진 슬픔과 고통과 번뇌와 스트레스를 자연은 청신한 입김과 바다 같은 아량으로 보듬어서 당장 희열과 행복의 파도를 선물하지 않는가! 그 파도에 실린 대오는 한결같이 웃음꽃을 한아름 가득 안고 싱글생글!

빨갛게 노랗게 단풍이 든 나무잎을 살살 만져도 보고 파랗게 살아난 이끼에 볼도 대보고 졸졸 흐르는 내물에 손도 적셔보고 물우에 삐쭉 올라온 돌다리도 기우뚱 디뎌본다. 시름없이 떨어져 물보라를 이루는 폭포에 찰랑찰랑 신도 적셔보며 히히호호 신비로운 자연의 모든것에 호기심을 갖는 모습!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

그보다 자연을 떠나기 아쉬워하는 뒤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내 고향의 이끼를 소심히 싸서 집에 돌아가 기념으로 키워보겠다는 어떤 아줌마의 뒤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나를 눈물이 핑― 돌게 한다. 얼마나 자연을 사랑했으면, 얼마나 내 고향의 자연을 떠나기 아쉬웠으면 이끼 한줌에도 그다지 정성이 갈가!

난 왜 여태껏 몰랐을가? 자연에 묻혀 살면서 내가 살고있는 자연이 이런 매력을 갖고있는줄을!

등산팀을 무어 주말마다 자연의 젖무덤에 올라본다는 도회지사람들! 내 고향에 와서 자연의 미끈한 다리며 가늘고 매끌매끌한 손가락이며 보송보송한 회음부며 포동포동한 젖살이며 탄탄한 젖꼭지며 도톰한 입술이며 함초롬한 눈동자며 말쑥한 이마며 천연샴푸냄새 향긋한 머리카락이며를 살살 어루만져주는 모습에 정말로 울컥 진한 감동이 솟구친다!

내곁에 있는 이 모든것을 나는 여태껏 그저 산이려니 그저 나무려니 그저 돌이려니 그저 물이려니 그저 골짜기려니 하고 스쳐지나며 여유로운 마음과 아름다운 눈으로 차분하게 감상할줄 모르며 지내온것이다.

도회지의 엘레베터 층집에 살아봤으면, 저 사람들처럼 자가용도 있었으면, 늘 하는 편집일상에서 벗어나 랑만이 꿈틀거리는 아름다운 해변가로 한달이고 두달이고 려행이나 떠나봤으면, 차라리 직장이고 뭐고 다 걷어치우고 해외에 가서 돈이라도 콱 벌어봤으면… 이렇게 까마귀 하루 열두가지 소리 줴치듯이 나도 매일매일 당치 않는 열두가지 환상만 해온것 같다.

지금 내 고향은 시끌벅적! 산이면 산마다 단풍이 들고 들이면 들마다 오곡이 무르익는 가을! 고향의 가을은 보다 아름다운 뒤모습을 남기기 위해 한창 열심히 불타고 열심히 무르익고 열심히 털어버리기에 분주하다!

자연은 이렇게 꾸밈이 없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과 어김없이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서서 조금도 당황해하지 않고 모든것을 섭리처럼 받아들이며 홀가분하게 훌훌 털어버릴줄 안다.

10월이 막 갈 때면 자연은 벗는다.

한잎, 두잎으로부터 열잎, 스무잎 이렇게 많은걸 부려놓고 알몸채로 모든걸 벗어보인다. 희면 흰대로 검으면 검은대로 불거지면 불거진대로 다 드러내고 도고함을 보인다. 너무도 도고해서 보는이가 얼굴이 붉어진다.

자연에선 참 배울것이 많다. 자연에 들어서면 힘이 솟는다. 자연에 들어서면 너그러워진다. 자연에 들어서면 인생이란 의미가 달라진다.

문득 인생의 류다른 맛을 찾으러 등산을 떠나는 사람들 틈에 끼여 내 열두가지 환상도 자연에 훌훌 털어놓고싶어진다. 지금껏 내 마음속을 빼곡이 비집고 들어앉은 요런조런 인생의 욕망들을!

이젠 부려놓자! 부려서 자연의 어느 한 락엽밑에 살그머니 깔아두면 이름 모를 풀벌레들의 따스한 이불이 되게!

이젠 부려놓자! 부려서 자연의 어느 한 개울물에 동동 띄우면 물속에서 고기들과 소근소근 속삭이게!

이젠 부려놓자! 부려서 자연의 어느 한 처마밑에 조롱조롱 걸어두면 참새랑 까치랑 물어다 따스한 둥지를 틀게!

모든걸 부려놓고 마음이 자연으로 향하니 몸뚱이는 벌써 국화꽃 만발한 산중턱에서 높고 푸른 가을하늘 향해 원샷하며 인생을 즐기고있었다! 

                                                           /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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