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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추억 69]소중한 추억, 바다의 가르침

편집/기자: [ 김정함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01-08 12:50:29 ] 클릭: [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69)

◇리송규(훈춘)

학생시절 대련 바다가에서의 필자

소중한 추억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법이라 할가? 그것도 내가 가장 즐기는 바다에서 얻은 것이기에 더욱 잊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물 몇살 젊은 시절 장춘에서 대학교에 다닐 때 대련에 간 적이 있었다.

대련은 아름다운 해변도시로서 그 곳의 바다는 워낙 수영을 즐기는 나를 몹시 유혹했다. 어느 날 ‘성해공원’에 가보니 해수욕장의 백사장과 얕은 물에서는 수영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저 멀리 수평선 쪽을 바라보니 넘실대는 바다물결은 찬연한 해빛을 받아 수만개의 수정옥처럼 반짝반짝 빛을 뿌리면서 나의 넋을 빼앗아갔다.

나는 급급히 바다에 뛰여들었다. 바다물은 어찌나 시원한지 온몸이 찡해났다. 난생처음으로 바다에서 수영해보노라니 민물에서 헤염치기보다 몸이 훨씬 가벼워지면서 그닥 기운을 쓰지 않고도 앞으로 쭉쭉 나갈 수 있었다.

요리조리 수영객들 사이를 꿰뚫고 나가니 점차 수면이 넓게 열리면서 헤염치는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점차 사람들이 뒤로 떨어지자 속으로는 ‘나도 헤염을 잘 치는 축에 속하는구나.’ 하고 은근히 자부심을 갖게 됐다. 나는 뒤에 떨어진 사람들이 보라는듯이 앞으로만 나가기에 여념이 없었다.

몇백메터나 나갔을가? 난데없이 옆으로 ‘대련수산학교’란 글이 새겨진 발동선 한척이 멀지 않은 곳 왼쪽으로부터 물길을 쏵- 일구면서 내 앞을 가로지나갔다. 미처 준비가 없었는지라 나는 들이닥치는 물결에 밀리다가 이쪽 파도 쪽으로 들어가서는 한참 만에야 저쪽으로 빠져나오게 되였다. 바다물이 입안으로 꼴깍 들어가고 코를 통해서는 사래가 들어 숨이 꽉 막히는듯했다. 콜록콜록 기침이 나고 가슴이 파는듯 아파났다. 들이켠 쓰고도 짜고 또 이름못할 비린내! 바다물로 울컥 구역질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온 사지가 나른해났다.

빨리 돌아가려고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되돌아져 헤염치면서 대안 쪽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그저 아슴프레- 아물아물하는 자그마한 점들로만 돼보일 뿐이였다. 나의 주위엔 사람도 없고 그저 출렁이는 검푸른 물결 뿐이였다. 넘실거리는 물결은 몸을 뒤틀어대면서 부평초처럼 물 우에 뜬 나의 몸체를 이리저리 마구 희롱했다. 더럭 겁이 났다. 저렇게 멀고 이렇게 깊은 이 허허바다 속을 어떻게 헤염쳐나간담? 생각할수록 더욱 무서워나고 팔다리가 해나른해지면서 온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허리맥이 풀리면서 다리 쪽이 점차 내리처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고 그럴수록 느릿느릿 헤염속도가 나지 않았다. 팔은 그저 겨우 허우적거리기만 하고…

이게 잘못되는 게 아닌가? 사람이 이렇게 잘못되는가부다. 어쩔가? 소리쳐 먼곳에 있는 사람을 부를가? 아니, 그들이 내 소리를 어떻게 들으랴? 저렇게 먼데서 여기까지 헤염쳐온다 해도 그 때면 나는 언녕 바다밑에서 고기들과 이웃으로 된다. 사는 길은 오직 내 자신의 노력 뿐이다! 급기야 사나이 호기가 버쩍 들면서 정신이 맑아지였다. 나는 큰숨을 천천히 들이쉬면서 침착하게 생각을 굴렸다. 아차! 등헤염을 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되지 않을가? 범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더니 정신을 차리니 급한 중에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였다.

인차 등헤염 자세를 취하고 사지를 쭉 뻗으니 얼마나 편안한지 몰랐다. 무시무시한 검푸른 바다물결을 등지고 맑고 푸른 하늘을 쳐다보니 그토록 긴장됐던 마음도 스르르 풀리였다.

물우에 누운 자세로 둥둥 떠서 파도에 밀려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는지… 긴장했던 사지와 머리가 점차 제 곬으로 돌아가는 감각이다. 다시 살그머니 가슴헤염 자세로 돌아가보니 어쩌면 그토록 기운이 뻗치는지. 살았다! 보아하니 금방 허우적거린 것은 체력이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포심에 정신력이 무너질 번한 것이 아닌가? 자신심이 생기니 그 때로부터는 바다 쪽으로 나갈 때보다도 훨씬 수월해서 절로 슬슬 잘도 나갔다.

헤염쳐 나갈수록 옆에 수영객들이 점점 많아지고 사람들과의 거리도 점차 가까워졌다. 그 시각 하나하나 그들의 얼굴들이 그렇듯 친절하게 느껴지는 것이였다. 온몸에 기운이 쭉 뻗치면서 한결 속도가 빨라졌다. 드디여 대안에 이를 수가 있었다. 물밑에서 부드러운 모래에 발이 닿는 순간 훌쩍 일어섰더니 저도 모르게 후-하고 안도의 숨이 길게 나갔다!…

이 일을 겪은 뒤로 나는 인생이란 참으로 바다에서 헤염치는 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바다에는 잔잔한 물결도 있지만 출렁이는 파도도 있을 것이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거센 풍랑도 있는 법이다. 언제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바다이다. 인생길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애로가 들이닥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만큼 인생수영에 나섰다면 방향을 바르게 정하고 거리를 잘 가늠하면서 자기 능력에 따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순탄할 때에도 항상 언젠가 나타날 곤난을 념두에 두면서 곤난에 부딪치면 침착하고도 랭정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위험에 부딪쳤을 때에 자신감을 잃고 공포에 떨면서 그에 투항하면 자기 앞길을 망칠 수도 있지 않는가? 아무리 위험한 지경에 이르러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신에게 있는 여러가지 우세를 꼼꼼히 체크하면서 위험에 대처할 방도를 제때에 찾아나간다면 살아날 길도 생길 수 있으니 침착성만 있다면 길은 열리는 법이 아니겠는가.

그 날 바다에서 체험한 경험은 항상 거울이 되여 이 내 인생을 동반해왔다. 이 경험은 나로 하여금 온갖 애로를 물리치고 오늘 이 순간까지 순조롭게 인생길을 걸어오게 하였다. 이미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얼마나 행운이고 행복한지 모르겠다.

그렇다. 바다는 나한테 인생길을 옳바르게 걷도록 가르쳐준 엄한 은사이시다.

바다는 나에게 인생을 어떻게 걸어야 하는가를 가르쳐주었고 나의 인생에 매우 보귀한 것을 가져다주었기에 나는 숙연히 머리 숙여 저 검푸른 바다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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