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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상기25]전통인가 아니면 인명인가?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04-09 09:29:33 ] 클릭: [ ]

일본전통씨름대회인 오오즈모 현장

지난 4월 4일 일본 교토 마이즈루 (舞鶴) 시에서 있은 봄철 오오즈모(大相撲:일본전통씨름대회)에서 인사말을 하던 시장이 갑자기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졌다. 긴급한 상황에서 관객석에 있었던 두 녀성(간호사)이 도효(土俵:경기장)에 올라 구급조치를 취하게 되였고 잇따라 다른 두명의 녀성도 도효에 오르게 되였다.

두 녀성이 심장맛사지를 진행하는 도중에 경기장내에서는 “녀성분들은 도효에서 내려와 주십시오” “남성분들이 올라와 주십시오”라는 안내방송이 세번이나 있었고 더우기 관객석으로부터 “내려오라”는 웨침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환자를 두고 잠시 주저했던 두 녀성이 도효에서 내려오고 때마침 도착한 구급일군에 의해 환자는 병원으로 호송되여 현재 치료중에 있다.

구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남성이 현장에 없었던 상황에서 자칫하면 인명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던 그날 안내방송이였다.

요즘 그 날에 있었던 아나운서에 대한 여론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으며 따라서 ‘전통이냐? 구명이냐?’라는 재래의식에 대한 의문에 의해 일본의 대표적인 스포츠인 스모(相撲)계가 흔들리고 있다.

오래전에 고향사람들한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본에서 제일 이쁜 녀자를 데리고 사는 남자는 씨름선수라더라.”

근거 있는 말들이였다. 일본에 오면 매일이다 싶이 생방송으로 일본 국내에서 개최되는 스모의 프로경기인 오오즈모를 접하게 되는데 그 인기가 대단하다.

일본씨름 즉 스모는 유구한 력사와 전통을 지닌 일본의 대표적인 스포츠종목으로서 국기(国技)에 해당된다. 스모를 하는 리키시(力士)에게는 요코즈나, 오제키 등 각 등급에 따라 년봉, 포상금,수당금이 급여되는데 제일 낮은 등급인 쥬료의 월급이 보통 회사인의 3배 이상이 된다.

1500여년전에 농경민족인 일본인들의 신도(神道)의식에서부터 생겨났다는 스모,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일본 특유문화의 상징이기도 한 스모는 일본인의 전통적인 미적관념이며 문화적인 정서인 ‘투박한 것 , 수수한 것, 정적인 것’을 면면히 담고 있는 스포츠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풍파를 겪기도 하였지만 전통적인 문화를 고집하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스포츠로 계승, 발전되여왔다.

경기장인 도효(土俵)는 신성한 장소이기 때문에 무례한 경기를 절대 용서치 않는다. 경기는 상대와 호흡을 맞추면서 시작하게 되는데 심판이 아닌 리키시에게 그 여지를 맡긴다. 심판이 아닌 두 리키시의 합의로 시작되는 독특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일본인의 독특한 감성에 대한 리해와 료해가 없으면 스모를 진행할 수 없을 만큼 문화가 슴배인 스포츠이다. 빈틈을 공격하되 결코 무례한 공격은 삼가해야 하며 상대가 있음으로 하여 경기가 진행되고 승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패자에 대한 존경심과 례의를 갖추며 승전의 기쁨도 과도하게 표현해서는 안되는, ‘례로 시작하여 례로 끝나는’ 특유한 스포츠이다.

스모문화의 또 하나의 전통에 노력하는 자에 한하여 차별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리키시가 눈에 뜨이게 많이 활약하고 있다. 한편 상하급 관계,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기로 유명하기도 하다.

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

<도효에 녀성이 올라서는 안된다>(女人禁制)는 규정이 있는데 그것을 오래된 신도(神道)의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스모이다. 거기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이 뒤따르지만 전통이라는 명목하의 남녀차별의 유전자로 밖에 리해되지 않는 것은 내가 녀자여서일가.

전통을 이어간다는 명목이 우에서 말한 안내방송을 하게끔 하였고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사고방식이 정확한 판단력을 잃게 만들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내려온 풍습이거나 신앙, 경향에 대한 유형 혹은 무형의 계승을 전통이라고 한다면 그 전통 역시 력사와 더불어 개변되고 바로잡혀 지면서 나날이 승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고대로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길게 이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정신적인 성취감만을 놓고 보아도 관례와 계통만이 아닌 인간 자체의 리해와 납득이 동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계승이 아닐가 싶다.

메이지(明治)시대 이전에는 녀성스모가 존재했다는 력사기재도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도효에 녀성이 올라서는 안된다’는 전통도 중도에 새롭게 정해진 것임이 틀림없다. 즉 전통도 새롭게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여부를 론하기전에 이번 일은 녀성에 대한 일본사회의 심한 차별의 경향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차별을 피하기 위해 피부색갈, 년령 등을 명확히 기재하지 않으며 일본인 특유의 ‘모호함’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현재 일본사회에서 아무리 전통을 중시하는 장소라 하지만 공공연하게 “녀성은 내려오고 남성은 올라가라”고 하다니…

이미 스모협회가 사과를 한 형편이지만 사회적인 실망과 분노는 여전하다.

전통의 원격조정에 의한 현존감 비슷한 고리타분한 규정이 죽느냐 사느냐의 현실적인 상황에서도 우선적으로, 거침없이 지켜져야 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본능조차를 억제시키는 격이 아닐가 싶다.

한편 그날 구급조치를 취한 녀성은 “응당한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하면서 감사패를 거절했다 한다.

/길림신문 일본특파원 리홍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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